학교를 넘어서 - 민들레출판사의 꿈과 실천
면담인사 - 김경옥(공간민들레 대표, 민들레출판사 편집주간)
면담일시 - 2010년 1월 16일 오후 4시
면담장소 - 서울 마포구 동교동 203-48
민들레출판사, 공간 민들레 www.mindle.org 02-322-1603
학교 때문에 고통 받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드립니다.
학교가 없으면 어디에서도 배울 수가 없는가?
학교를 나오지 않으면 이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가?
오늘날 학교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외치는 것은
마치 쌀을 매점매석한 뒤 모래를 섞어 고약하게 팔아먹는 상인이
자기가 없으면 모두 굶어죽을 것이라고 외치는 것과 같다.
이것은 《학교를 넘어서》라는 책의 광고 문구이다. 우리가 방문하고 인터뷰한 민들레 출판사는 이 책과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 민들레 출판사는 이 책을 세상에 선보이기 위해 생겨났기 때문이다.
《학교를 넘어서》, 이 한 권을 내기 위해 차린 출판사
어느 날 19세 이한이라는 친구가 원고 뭉치를 들고 우리를 찾아왔어요. 제목이 ‘학교를 해체하라’라는 것이었는데 그걸 책으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지요. 한이는 학력고사 전국 순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성적이 좋은 아이였어요. 나중에 변호사가 되어 민노총 전속 변호사로서 일하기도 했지요. 여기서 학교라는 것은 물리적인 학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시스템을 말해요. 학교에 관한 모든 것을 꼼꼼히 기록하고 이것이 교장이나 교사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자체에 있다고 말하는 원고였어요. 학교가 인간의 성장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하는 학교 비평서라 할 수 있죠. 이 원고가 너무 좋아서 책을 내기 위해 아예 출판사를 냈어요. 그것이 바로 민들레 출판사예요.
그 원고를 들고 여러 출판사를 찾아다녔는데 모두 출판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 당시 출판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귀농 준비를 하던 현병호 씨가 “이 책은 살려야겠다”고 1998년 출판사를 차려 책을 냈다. 이 책은 당시 시대적 고민과 맞아떨어졌다. 사람들은 학교 붕괴를 걱정하고 아이들은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청소년의 입으로, 학교의 이런 시스템이 아이를 죽인다고 말하니 더 호소력이 있었다. 책이 나오자 언론이 관심을 갖고 인터뷰를 하자며 달려들었다. “우리도 그렇게 반응이 있을 줄 몰랐다”고 김경옥 씨는 말한다.






정기간행물 <민들레>로 교육 운동을
보통의 독자들이라면 그냥 ‘어디서 이런 책이 나왔구나’ 하고 말 텐데 《학교를 넘어서》의 독자들은 달랐다. “내가 고민하고 있던 것이 이 책에 다 있어요.” 출판사로 전화를 거걸기도 하고 찾아오기도 했다. 자퇴한 학생부터 학부모, 새로운 학교를 고민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뜨거운 반응을 보면서 현병호 씨 김경옥 씨는 새로운 교육 운동으로 흐름을 만들어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민들레>라는 격월간 정기간행물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책 한 권이 작은 출판사의 운명을 바꾸고 대한민국 교육의 행로를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학교를 넘어서》를 통해 인연이 닿은 사람들과 평소 교육에 대한 고민을 같이 나누던 200여 명을 중심으로 격월간 <민들레>를 발행했다. 몇 번이나 손을 봤다는 <민들레> 창간호의 창간사는 비장함마저 드러난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학교에 기대를 걸지 않을 것입니다. 학교가 바뀌기를 진정으로 바라는 만큼 우리는 학교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 환경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우리 자신들이 곧 길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 길은 잘 닦여져 열려 있는 그런 길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힘을 모아 열어가야만 하는 길입니다. 자기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래서 삶을 꽃피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본질임을 잊지 않는 한 우리는 길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진정한 교육을 시작할 때입니다. - <민들레 창간호> 창간사에서-
<민들레> 발간 후 역시 깜짝 놀랄 정도의 반응이 있었다. 여기저기서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현재 <민들레>의 정기 구독자가 4천여 명이라고 한다. 그중에는 3년 이상 정기 구독자가 80퍼센트이고 10년 정기 구독자도 있다. 스스로를 ‘민들레 교도’라고 칭하는 충성스러운 독자들이다.




민들레가 이룬 것과 이룰 것
처음 이 책을 낼 때 학교를 넘어, 학교의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한다. 교육이 곧 학교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교육을 받는다, 공부를 한다고 하면 학교에서만 되는 것으로 알고, 학교 안 가면 무식한 것이고 공부 안 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갖는다. 그런데 이제 그게 아니다, 학교 안 가도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고, 좋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학교 신앙’ 이라고 불릴 만큼 뿌리 깊었던 절대적인 믿음 ‘교육=학교’란 공식에서 벗어나게 하는데 기여했다는 것이 지난해 10주년을 맞은 <민들레>의 자기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열악한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데 <민들레>의 힘은 아직 미약하다.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분들은 많지만 대학 입시는 여전히 이 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건으로 통한다. 초중등학교는 대안교육을 받더라도 대학에 들어간다.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다.
<민들레>는 그동안 학교가 아닌 곳에서 배우는 것을 끊임없이 소개해 왔다. 대안교육, 공교육 안의 실천, 홈스쿨링과 로드스쿨러 등이 바로 그 공교육 안 그런 실천들이 우리 사회에서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또는 시민사회에 널리 퍼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민들레>가 인기를 끌면서 ‘민들레 읽기 모임’이 자생적으로 생겨났다. 지금은 형편이 나아졌지만 반지하, 원룸에서 그 모임을 시작했다. 출판사에게 열성적인 독자는 고맙고도 귀한 존재이다. 사실 독자 모임을 가진 잡지가 우리나라에 몇 개나 있겠는가?
<민들레>는 단순히 잡지가 아니라 메신저이고 사람들을 이어 주는 징검다리예요. 서점에 가서 잡지를 사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생각들을 실천해 보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만나요. 서로 대화를 나누는 관계로 발전한 거지요. “우리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싫은데 어떻게 할까요?”라고 전화로 문의가 오면 어디에 학교 안 보내는 사람이 있다고 소개를 해 주죠. 그래서 이런 교육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던 겁니다.
시작은 가정학교모임(홈스쿨링모임)이었다고 한다. 홈스쿨링이 가능한가?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또 어떻게 확산할 것인가? 하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가 다시 <민들레>에 실리기도 한다. 잡지와 그 잡지를 모태로 태어난 모임 간의 자연스러운 피드백이다.
우리는 책을 만들고 아이들은 옆에서 학습을 하거나 대화를 했어요. 손님이 오시면 절대로 그냥 보내지 않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요. 민들레에는 학교 선생님과 아이들 때문에 고민하는 학부모도 왔어요. 내가 그분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아이들에게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니?” 물어봐요. 그러면 학부모들은 탈학교 아이들이 똑부러지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탈학교 아이들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나지요.
아이들은 여기저기에서 왔다. 민들레 출판사에서 함께 책도 보고 간담회를 기획하고 상담도 했다. 이런 활동들이 나중에 ‘공간 민들레’로 발전했다.
대안학교의 든든한 길동무 ‘민들레’
‘내 아이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우리 아이를 만들겠다’ 는 뜻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인 ‘산어린이집’이 있었다. 산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의 반짝거리는 내면의 힘을 살리는 방향으로 아이들을 키워서, 초등학교로 진학을 시키고 나니 그 노력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마침 ‘학교’만이 아이들의 교육을 맡아서 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대안교육에 대한 메시지를 나누고 있던 부모들은 대안학교를 만들자는 의견들이 나왔다. 이럴 때 학부모들은 ‘민들레’ 문을 두드리곤 했다. 민들레 사람들도 책으로만 말하지 않고 같이 의논하고 고민하는 길동무로 곁에 있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시작한 부모들의 논의는 결국 대한민국에 첫 번째 초등대안학교인 부천 ‘산어린이학교’를 탄생시켰다.
두 번째로 만들어진 것은 ‘볍씨학교’이다. 광명의 YMCA가 만든 이 대안학교는 생협을 중심으로 부모 교육을 하던 중 자연스럽게 더불어 사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하게 되었고 이런 이야기는 <민들레>를 통해 순환되고 소통되는 속에서 학교 설계가 이뤄지곤 했다. 그 뒤에 만들어진 순천 YMCA 평화학교도 비슷한 경로를 밟는다.
‘한번 해보자’는 씨앗이 뿌려지면 그 씨앗을 틔우는 햇볕과 거름, 물이 되는 사람들을 연결하고 함께 고민해주는 역할을 민들레는 꾸준히 했다. 성미산의 ‘우리어린이집’에 보내던 학부모들이 도심 속 대안학교를 만들 때도 마침 이웃에 있던 민들레는 든든한 길동무였다.
민들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라기보다는 교육 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다름없다. 평소에도 이들은 출판 업계 사람들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고 책도 좀 촌스럽게 만들어 스스로 ‘우리는 출판쟁인인가?’ 하는 정체성의 혼란도 있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털어놓는다.
학교 시스템 개혁, 학부모 교육, 나아가 평생 학습까지
비인가 대안학교의 연대체 역할을 하는 ‘대안교육연대’가 탄생했다. 민들레가 하던 현장 네트워킹이나 교육의 담론을 만드는 일 등을 나눠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외에도 공교육 안에서의 대안으로 작은학교네트워크인 ‘작은학교연대’도 생겼다. 그렇다면 민들레의 남은 역할은 무엇인가?
이제 부모들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학교를 만들거나 교사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를 바꾸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지요.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면 부모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거기에 힘을 싣기 위해서 작년부터 노력하고 있습니다. <민들레> 10주년 이후 특집은 모두 학부모에게 메시지를 주는 것이에요. 양육 태도의 모순이나 이중성을 드러내면서 제대로 된 부모 노릇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지요. 당신이 건강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건강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런 변화를 위해 올해에도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공간 민들레’는 민들레를 드나들던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다양한 연령층을 위한 공간으로 새로운 변화를 주려고 한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평생교육 공간으로 변신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민들레’가 온 세상에 퍼지는 민들레 홀씨처럼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 생명력 강한 민들레꽃을 피어 오래오래 사랑받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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