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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마을을 가다

2011/07/2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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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희망탐사가 시작된지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기천명은 만났고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워낙 바빠 이 많은 이야기들을 모두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이제서야 그것이 한권 두권 책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네번째 책입니다
마을과 생태를 다루는 책입니다
이제 출판사에게 원고가 넘어갔으니 아마도 조만간 출간될 것입니다
저는 이때 이미 백두대간을 타고 있을 것입니다
며칠전에 써 준 서문입니다
기다렸다가 한권씩 사 주시고 이 나라의 마을을 생각하는 시간을 잠깐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모두가 잘 사는 지속가능한 미래의 해답, ‘생태’

2006년 4월 27일. 오래 오래 기다려왔던 여행을 처음으로 떠났다. 내 가방 안에는 틈틈이 인터넷을 통해 모아둔 방문지 정보와 기사들이 가득했다. 노트북 컴퓨터와 카메라, 핸드폰과 이 장비들을 충전하는 여러 기기들도 있었고,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통풍약도 함께 챙겼다. 불과 일주일간을 머무를 계획이었지만 아주 몇 달을 떠나는 사람처럼 준비했다. 그 준비만큼 설레는 마음이 깊었다.

그렇게 떠난 여행을 때론 일주일이 됐고, 때론 보름이 됐다. 몇 달을 떠나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지역과 마을, 사람들을 이해하고 만나기 위해 떠난 나의 여행은 몇 년을 이어 계속됐다.



그 만남은 몇 줄의 문장이 되고, 그 문장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됐다. 끝을 상정하지 않은 여행은 끝이 없는 법이다. 서울 생활 짬짬이 여행은 계속되고, 그 여행에서 돌아오면 한 권씩 책이 늘어났다. 그렇게 ‘박원순의 희망찾기’ 4번째 책이 나오게 됐다.

1권은 입문서의 입장에서 주요 사례들을 통해 현재 우리 마을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데 포커스를 맞췄다. 그렇게 1권에 담긴 내용들은 2권과 3권을 거치면서 특화되어, 2권에서는 ‘교육’을, 3권에서는 ‘마을기업’을 다루었다.

첫 책이 나오고 3년 만에 나오게 된 이번 4권에서는 ‘생태’를 키워드로 마을을 살리고 있는 마을과 단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1부에서는 생태 자체를 중심으로 마을을 만들거나 살리고 있는 사람들, 2부에서는 생태체험관광으로 자연도 살아나고, 주민의 살림살이도 살아난 마을들을 소개했다. 3부에서는 도심 속에서 새로운 생태공간으로 부각되며 각박한 도시민의 삶에 농부의 마음을 심어주고 있는 도시농업의 주요 사례를 담았다. 4부에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필수조건인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에 주목하고, 이를 마을과 접목시키고 있는 단체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로 다르지만, 또 닮아있는 그들의 자연에 대한 태도는 생태학교, 생태마을, 체험관광마을, 에너지자립마을이나 공동체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 떠난 길에서 나는 우리나라 산천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꼈다. 외국을 많이 다녀본 나는 외국을 다녀올 때 마다 우리 산하가 아름답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곤 했다. 산이 높아 하늘이 한 뺨처럼 작게 보였고, 굽이굽이 산을 돌아 흐르는 계곡은 바닥까지 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콘크리트가 깔린 시골길 옆에는 온갖 잡초와 이름 모를 꽃들이 콘크리트를 비집고 피어나고, 푸름이 짙은 논에 키 작은 모 사이사이를 우렁이들이 기어 다녔다. 그것들을 눈으로 만나고, 손으로 만지고, 먹어보는 일은 꽤 신이 났다.

즐거웠던 그 기억들을 되짚으며, 이 책을 준비했다.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옛 앨범을 뒤적이듯, 몇 달 전 또는 1, 2년 전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었다. 책이 나오기까지 시일이 걸리다보니 인터뷰한 사람들에 대한 재 인터뷰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인터뷰 이후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 2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마을의 상황은 당시와는 크게 달라져있었다. 근 10년을 마을 만들기에 매달리던 몇 몇 활동가들은 누적된 피로와 마음고생으로 지쳐있었다. 동력을 잃은 마을도 있었고, 활동가들이 바뀐 경우도 꽤 있었다. 안쓰러웠다. 사회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자 백방 뛰었지만, 나의 작은 발걸음이 그들에게 채 닿지 않는다는 생각에 회의감도 들었다. 희망이라는 무거운 말을 너무 가벼이 사용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도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희망을 본다. 큰 돈벌이도 되지 않고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지만, 곤충의 서식환경을 조성해 점점 사라져가는 멸종위기 곤충을 복원하는 일에 15년 동안 매달린 사람이 있고, 자본의 논리에서 벗어나 가난하지만 자유로운 치유의 삶을 살아나가는 이들도 있었다. 다들 희망이 없다는 농촌에서 희망의 불씨를 지펴가며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으로 도시민과 소통하는 마을도 있었고, 당장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에너지자립의 길을 장기적인 시선으로 조급증 내지 않고 걸어가는 마을도 있었다. 스스로 가난을 자처한 사람들과 도시의 편리함을 버린 사람들. 산골 오지라는 지리적 불리함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마을과 경영자적 마인드를 도입해 마을 만들기에 성공한 마을.



이 모든 사람들과 마을과 단체들이 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하고 절망할 수 있을까. 그들 스스로 희망의 증거가 되어 어려움을 이겨내고 절망에 굴하지 않는데, 어찌 쉽게 무릎 꿇을 수 있을까.

그들이 만들어낸 희망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야기를 전하고, 그들이 겪었고 겪고 있는 어려움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일어나지 않도록 소리쳐주고, 그렇게라도 조금씩 나의 발길이 그들에게 가닿길 바랄밖에.

내가 그들을 만나며 느꼈던 꺾이지 않는 열정과 굴하지 않는 포부가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주저하는 이들에게는 큰 용기가(歌) 되어주고,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는 희망가(歌)가 되어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 4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추가취재와 원고정리 등 많은 것들을 도와준 희망제작소 전 연구원 이경희씨와 상업적 결과는 별로 좋지 않을 이 마을 시리즈를 계속 출판해 준 검둥소의 장미희 편집장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11. 7. 12

장마전선이 전국을 뒤덮은 날 박원순 씀





2011/07/21 08:17 2011/07/2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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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11/07/22 02:23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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