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가 아무 소리 없이 학문어의 자리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한국어가 학문어로서의 위치를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부터 영국의 대학 평가 회사인 QS(Quacquarelli Symonds)와 공동으로 실시하는 “아시아 대학 평가”에는 한국어 논문에 대한 점수가 아예 고려의 대상에서 빠져 있다. QS라는 회사는 2003년부터 영국의 The Times와 세계대학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The Sunday Times와 US News and World Report를 통해 세계 대학평가를 시행할 예정이라 한다.
조선일보의 대학평가 기준은 ▶연구능력(60%) ▶교육수준(20%) ▶졸업생 평판도(10%) ▶국제화(10%) 등 4개 분야를 점수화해 순위를 매기는 것으로 연구 능력과 국제화가 모두 영어로 논문을 쓰는 것을 전제로 평가되기 때문에 결국 영어 논문 비중이 70%나 반영되게 짜여 있다. 또 평가의 총괄 책임자도 벤 소터라는 영국사람이 맡고 있다.
QS의 대학 교수 연구 능력 평가는 ‘스코퍼스(http://www.scopus.com:’라는 네덜란드 회사가 만든 데이터 베이스와 검색 엔진을 이용하여 각 대학의 이름으로 발표된 논문과 논문당
이런 평가 기준에 대한 각 대학의 반응은 상당히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모든 대학은 국제 저명 학술지 게재율을 높이기 위하여 상당한 특혜를 베풀고 있다. 보기로 부산대학에서는 SCI나
SSCI, A&HCI 1 편당 현재 1 억을 지급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으며 경희대는
국제 저명 학술지 논문 1 편당 600 점을 부여한다.
이와 같이 한국어로 논문을 쓰면 ‘0’점을 받고 영어로 논문을 써서 국제 저명 학술지에 실리면 거금의 포상금을 받는 현실에서 한국 대학 교수들이
한국어로 논문을 쓰기를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국어로 논문을 쓰는 교수는 ‘패배자[looser]’임을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10년만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우리말 한국어는 이 땅에서
학문어로서의 지위를 영원히 잃고 저급한 2류 언어로 전락할 것이 뻔하다. 이것은 예상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나라 대학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대학 개혁이 성공할 경우, 우리 나라의 학문 수준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영국의 식민지 지배를 받던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나 인도, 필리핀과 같은 나라의 위치로 전락할
것이다. 이들 나라의 지식인을 비롯한 지배 계층은 자신들의 모국어로는 학문도 철학도 할 수 없어 영어로
모든 고급 문화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비극적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한국의 최대 지성이자 사회의 지도 계층인 대학 교수들을 비롯한
한국 학자들이 더 이상 한국어로 논문을 쓰지 않을 때, 한국어의 미래는 절망적이다. 학문과 문학을 창조하지 못하는 언어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는
지극히 간단한 이치다. ‘청’을 세운 만주족과 ‘원’을 세게 최대의 제국을 지배했던 몽골족도 한자와 중국어에 문화
주도권을 빼앗기는 바람에 이런 운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인류 최초의 학문과 사상, 문학을 꽃피웠던 수메르어와 산스크리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사라진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지금의 유럽 문명의 모태인 그리스어와 라틴어는 아직도 서양 여러 나라의 언어에 결정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
또 모든 고급 문화 생활이 영어로 이루어지게 되면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문맹’에 빠지게 된다. 지금 영어를 문화어로 내세워 한국어를 말살하는 작업이 진행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지도 못하는 일반 국민들이
최대의 피해자가 될 것이다. 언어 차별은 인종 차별이다. 우리는
오늘날 우리땅에서 영어를 사랑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에 의해 인종 차별을 받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한국어
천대 현상이 계속되는 한, ‘영어를 하는 한국인’과 ‘영어를 못하는 한국인’으로 나뉘어 차별을 받게 될 날도 멀지 않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아무도 나서서 저항하지 않으면 말이다.
덧붙임
1. 국제화는 영어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한류의 영향으로 일본과 중국, 동남아 각국에서 한국어 열풍이 분다고
하는데, 이런 국제화가 바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과거에
태권도가 한국어 구령으로 세계화에 성공한 예도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더 이상 영어에 종속되는 국제화를
멈춰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2. 유전자 조작에 의해 우리 나라 여자가 낳는 아기들이 모두 서양인이
되는 상황이 온다면 끔직하겠죠? 한국 학자들이 쓰는 모든 논문이 영어라면 이것과 무엇이 다를까요?
3. 학술 논문은 한국어로 써서 발표하고 국제행사나 국제학술지에는 중국어나 영어, 프랑스
어, 독일 어 들로 옮겨 발표지 언어에 맞추어 발표하여도 충분하게 우리 학문을 국제화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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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7월 15일 23시 26분
2010년 08월 17일 23시 53분
2010년 08월 17일 14시 14분
저는 학생인데요, 세계화 시대에 외국어 공부는 필수가 되었다지만, 가끔 보면 외국어 공부만 하고 책을 읽거나 전공공부를 하는 걸 소홀히 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해요.
세계화에 맞춰가려고 외국어를 배우는게 아닌, 한국, 우리 문화를 부각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공부를 하고 싶어요 ^^
2010년 08월 17일 23시 52분